숱한 고비 속에서도 여유와 냉정을 잃지 않았던 정치 10단. <br /><br />김종필 전 총리는 '달변가'라는 수식어답게 역사에 남을 숱한 명언을 남겼습니다. <br /><br /> "내 일찍이 정치는 '허업'이라 그랬어. '실업'은 열매를 맺는 것이 실업이고 정치인이 열매를 맺어놓으면 국민이 따먹지." <br /><br />국민은 '호랑이'에 비유하곤 했습니다. <br /><br /> "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…국민을 맹수로 알라고, 어렵게. 그것이 맞는 말이죠." <br /><br />역사적 고비나 정치적 결단의 순간에 남긴 명언도 많습니다.<br /><br />5·16 쿠데타 세력 내 알력으로 외유에 나서면서 '자의 반 타의 반'이라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말을 남겼고 한일 국교 정상화에 대한 국민적 반발에 "제2의 이완용이 되더라도"라는 말로 협상 타결의 결의를 내비쳤습니다.<br /><br />1980년 '서울의 봄'에서는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'춘래불사춘'이라는 고사를 빌어 전두환 신군부의 등장을 예고했습니다.<br /><br />1980년 정치규제에 묶인 당시 권력 2인자 노태우 장군에게 "1인자와 같이 걸을 때는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나라"고 조언했고 권력을 손에 쥔 뒤 자신에게 등을 돌린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"사랑에는 후회가 없다"는 말로 화제가 됐습니다. <br /><br />김 전 총리는 1995년 자유민주연합 창당 후 "충청도 사람이 핫바지냐"는 한마디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충청도를 휩쓸었습니다.<br /><br />옛 사전에나 있는 말을 되살려내 유행어로 만들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1998년 1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에게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라며 "참다가 안 되면 몽니를 부리겠다"고 경고했는데 '몽니'는 그뒤 일상용어가 됐습니다.<br /><br />2004년 17대 총선 때 자민련 비례대표 1번으로 셀프 공천해 '노욕'이라는 비판이 일자 "해는 저물면서도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"는 말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은근히 과시했습니다.<br /><br />열정과 냉정을 겸비한 정치인이었던 김 전 총리.<br /><br />"타다 만 장작이 아닌 완전한 재가 되고 싶다"고 했던 그의 말처럼 한국 정치에 지워지지 않을 거름을 남겼습니다.<br /><br />